제목: 공사대금 분쟁, 마라톤처럼 준비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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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풀코스를 뛰다 보면 예상치 못한 변수가 항상 생긴다. 30km 지점에서 갑자기 쥐가 나거나, 급격한 언덕에 페이스가 무너지기도 한다. 그런데 요즘 내 주변에서 마라톤보다 더 예측 불가한 일이 벌어지고 있더라. 바로 건설 공사 관련 금전 분쟁이다. 평소엔 관심 없던 주제인데, 한겨레 보도를 보니 공사대금 소송이 해마다 늘어난다고 한다. 건설 현장에서 일한 대가를 제때 못 받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고 한다. 실제로 대법원 통계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공사대금 관련 소송 접수 건수는 연평균 8% 증가했다. 이는 건설 경기 침체와 맞물려 더욱 심화되는 추세다. 특히 중소 규모 하도급 업체가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아, 업계 전반의 현금 흐름을 위협하고 있다.
공사대금소송이란 건설 공사를 마쳤거나 공사 진행 중에 대금을 받지 못해 법원에 도움을 청하는 절차다. 쉽게 말해 ‘일한 돈 떼인 사람이 소송으로 받아내는 과정’이다. 보통 건설사나 하도급 업체, 개인 시공자 사이에서 발생한다. 공사가 끝났는데 발주자가 돈을 안 주거나, 추가 공사비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게 단순히 돈 문제를 넘어 업체의 존폐를 좌우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한 중소 건설사는 10억 원 규모의 아파트 골조 공사를 마쳤지만 발주자가 ‘품질 불량’을 이유로 2억 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결국 소송에서 승소했지만, 그동안 자금 경색으로 직원 30명 중 10명을 해고해야 했다. 이처럼 공사대금 분쟁은 승소하더라도 회복할 수 없는 손실을 남기기도 한다.
예를 들어보자. 한 인테리어 업체가 3개월짜리 상가 공사를 마쳤는데, 발주자가 ‘하자가 있다’며 잔금 5천만 원을 안 줬다. 업체는 직원 월급도 밀리고 다음 공사 계약도 못 잡는다. 결국 소송을 제기했는데, 법원은 하자가 경미하다며 대금 지급을 명령했다. 하지만 소송 기간이 6개월이나 걸려 업체는 그 사이 거의 망할 뻔했다. 이처럼 공사대금 분쟁은 ‘이겼지만 피 본’ 사례가 많다. 실제로 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받아도, 발주자가 자산을 은닉하거나 파산하는 경우 집행이 어려워진다. 한 변호사는 “승소 판결만으로는 끝이 아니다. 강제집행 절차를 밟아야 하며, 이 과정에서 추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고 조언한다. 따라서 소송보다는 협상이나 조정을 먼저 시도하는 것이 효율적일 때가 많다.
주의할 점은 계약서 작성과 증거 관리다. 많은 사람이 구두 계약이나 간단한 견적서만 믿고 공사를 시작한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공사대금 청구권은 민법상 도급계약에 기반하는데, 계약 내용이 명확하지 않으면 다툼이 생기기 쉽다. 특히 공사 기간, 대금 지급 시기, 추가 공사비 산정 기준을 꼭 문서로 남겨야 한다. 또 공사 중간 중간 사진이나 확인서를 받아두는 게 좋다. 나도 예전에 집수리할 때 업체와 다툼이 있었는데, 당시 찍어둔 사진 덕분에 금방 해결된 경험이 있다. 당시 업체가 ‘애초에 합의한 공사 범위를 초과했다’며 추가 비용을 요구했지만, 내가 찍어둔 사진에는 업체 직원이 추가 작업을 하는 모습이 선명히 담겨 있었다. 결국 업체는 사진을 보고 물러났다. 이처럼 증거는 분쟁 해결의 핵심이다.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계약 단계에서부터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특히 대규모 공사일수록 표준 계약서를 사용하더라도 세부 조항에서 다툼의 소지가 많다. 예를 들어, ‘기성고’ 개념을 명확히 정의하지 않으면 공사 진행 중 대금 지급 시점을 두고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또 ‘하자 담보 책임’의 범위와 기간을 명확히 해야 나중에 하자 관련 다툼을 줄일 수 있다. 한 건설 법무 전문 변호사는 “계약서에 ‘추가 공사 발생 시 사전 서면 합의’ 조항을 반드시 넣으라”고 강조한다. 이 조항 하나로 수천만 원의 추가 비용 분쟁을 막을 수 있다.
전문 자문이 필요하다면 공사대금소송 관련 자료를 참고하는 것도 방법이다. 하지만 소송보다는 사전 예방이 중요하다. 마라톤에서 42.195km를 완주하려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듯, 공사 계약도 꼼꼼한 준비가 필수다. 계약서 한 줄이 몇 억을 좌우할 수 있으니 말이다. 실제로 한 건설사는 계약서에 ‘물가 변동 시 추가 비용을 반영한다’는 조항을 넣지 않아, 자재값 급등으로 5억 원의 손해를 본 사례가 있다. 반면, 다른 업체는 같은 조항을 명시해 물가 상승분을 고스란히 보전받았다.
결국 건설 업계에서 돈 문제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작은 습관으로 큰 손해를 막을 수 있다. 계약서는 반드시 쓰고, 진행 상황을 기록하며, 문제가 생기면 바로 대응하는 것. 마라톤에서 페이스 조절과 보급이 중요하듯, 공사 현장에서도 꾸준한 관리가 승패를 가른다. 예를 들어, 매주 공사 진행 상황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발주자와의 이메일이나 메신저 대화를 보관하는 습관이 큰 도움이 된다. 또한, 공사 중간에 기성고 확인서를 작성해 양측이 서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렇게 쌓인 기록은 만약의 분쟁에서 강력한 무기가 된다.
마지막으로, 공사대금 분쟁이 발생했을 때는 신속하게 법률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 시간이 지날수록 증거가 사라지거나 발주자의 재산 상태가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원의 가압류 신청을 통해 발주자의 재산을 동결시키는 것도 한 방법이다. 다만, 무분별한 소송보다는 먼저 내용증명을 보내거나 조정을 신청하는 등 단계적 접근이 효율적이다. 마라톤에서 초반 무리한 질주가 후반에 독이 되듯, 분쟁 해결에서도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