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대회를 뛰고 나면 누구나 느끼는 그 특유의 쇠약함이 있다. 나는 이걸 ‘마라톤 숙취’라고 부르는데, 실제로 완주 후 2~3일 동안은 몸이 천근만근이고 머리도 멍하다. 마치 전날 밤을 꼬박 샌 것처럼 말이다. 최근 한국일보 기사에서도 마라톤 후 면역력 저하와 근육 손상 회복에 관한 연구 결과를 소개했는데, 전문가들은 ‘완주 후 48시간이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한다. 이 기사에 따르면, 마라톤 후 48시간 이내에 적절한 영양 섭취와 휴식을 취하지 않으면 회복이 지연되고 부상 위험이 높아진다고 한다. 실제로 한 연구에서는 완주 후 24시간 이내에 단백질을 섭취한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근육 통증이 30% 덜했다는 결과도 있다.
처음 하프 마라톤을 완주했을 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완주 직후에는 엄청난 성취감에 펄쩍펄쩍 뛰었지만, 집에 돌아와 샤워하고 나니 갑자기 다리가 풀리면서 거의 기어서 침대까지 갔다. 다음 날은 계단을 내려가는 게 너무 고통스러워서 엉덩이로 한 칸씩 내려왔다. 그때 ‘아, 이게 바로 마라톤의 대가구나’ 싶었다. 사실 이건 나만의 경험이 아니라, 많은 러너가 겪는 보편적인 현상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우리 몸은 장시간 달리기 동안 근육 섬유에 미세 손상이 생기고, 체내 에너지원인 글리코겐이 바닥난다. 여기에 땀으로 배출된 수분과 전해질 손실까지 더해지면 몸은 일시적으로 ‘비상 상태’에 빠진다. 이 때문에 완주 후에는 평소보다 면역력이 뚝 떨어져 감기에 걸리기 쉬워진다. 실제로 서울대병원 스포츠의학센터 자료에 따르면 강도 높은 운동 후 3~72시간 동안은 면역 기능이 저하된다고 한다. 완주 후에 꼭 따뜻한 물을 마시고 충분히 쉬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이런 면역 저하 현상이 엘리트 선수보다 아마추어 러너에게 더 두드러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아마추어는 훈련량이 적어 몸이 스트레스에 덜 적응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 ‘마라톤 숙취’를 최소화할 방법은 없을까? 내가 여러 대회를 겪으면서 터득한 노하우를 몇 가지 소개한다. 첫째, 완주 직후 30분 이내에 탄수화물과 단백질을 함께 섭취하는 것이다. 흔히 ‘골든타임 영양 섭취’라고 부르는데, 이때 근육 회복이 가장 활발하게 일어난다. 나는 보통 바나나와 초코 우유를 챙겨서 완주하자마자 먹는다. 바나나는 칼륨이 풍부해 근육 경련을 예방하고, 초코 우유는 단백질과 탄수화물의 완벽한 조합이다. 실제로 많은 마라톤 대회에서 완주 후 바나나와 우유를 제공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둘째, 스트레칭은 미지근하게 하는 게 좋다. 무리한 스트레칭은 오히려 손상된 근육을 더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볍게 걸으면서 혈액 순환을 도와주는 정도면 충분하다. 나는 완주 후 10분 정도 천천히 걷고, 집에 와서 폼롤러로 종아리와 허벅지를 살짝 풀어준다. 너무 세게 누르면 통증이 더 심해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셋째, 냉찜질과 온찜질을 적절히 번갈아 가며 하는 것도 좋다. 처음 24시간은 냉찜질로 염증을 가라앉히고, 그 이후에는 온찜질로 혈액 순환을 촉진하는 식이다. 나는 집에 얼음 주머니와 핫팩을 항상 준비해 둔다. 사실 이 방법은 프로 선수들이 흔히 쓰는 회복법인데, 아마추어인 우리도 충분히 따라 할 수 있다. 다만 너무 오래 하면 오히려 피부에 무리가 갈 수 있으니 15~20분씩만 하는 게 좋다. 한 가지 팁을 더하자면, 냉찜질을 할 때는 얇은 수건을 피부와 얼음 주머니 사이에 대면 동상을 예방할 수 있다. 나는 처음에 이걸 몰라서 피부가 빨개진 적이 있다.
넷째, 수면이 가장 중요하다. 완주 후 첫날밤은 잠이 잘 안 올 수도 있는데, 몸이 피로한 상태에서 렘수면이 부족하면 회복이 더뎌진다. 나는 보통 완주 당일에는 잠들기 전에 가벼운 명상이나 호흡 운동을 하고, 수면 환경을 최대한 편안하게 조성한다. 어두운 조명, 시원한 온도, 편안한 잠옷까지. 이렇게 하면 깊은 잠에 빠지기 쉽다. 수면 전문가들은 완주 후 7~9시간의 수면을 권장하는데, 특히 첫 4시간이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이 시간 동안 성장 호르몬이 분비되어 손상된 조직을 복구하기 때문이다. 나는 완주 후에는 일부러 일찍 잠자리에 들고, 알람을 끄고 푹 잔다.
다섯째, 정신적인 회복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완주 후에는 ‘이제 끝났다’는 안도감과 함께 갑자기 허전함이 밀려오기도 한다. 이런 감정은 완전히 정상이지만, 너무 빠져들면 다음 대회 준비에 지장이 생긴다. 나는 완주 후 일주일 정도는 가볍게 산책이나 자전거 타기 같은 다른 운동으로 기분 전환을 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다시 달리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또한 완주 후에는 SNS에 인증샷을 올리거나 러닝 커뮤니티에 후기를 남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다른 사람들의 축하와 응원이 정신적인 회복에 큰 도움이 된다. 나는 완주 후에 꼭 러닝 모임에 참여해서 다른 러너들과 경험을 공유한다.
주의할 점도 있다. 완주 후 무리하게 회복하려고 고강도 운동을 하거나 사우나에 장시간 들어가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탈수와 열사병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근육통이 너무 심하면 일반의약품 소염진통제를 복용해도 되지만, 위장 장애가 있을 수 있으니 식후에 먹는 게 좋다. 나도 한 번은 너무 아파서 약을 먹었는데 속이 쓰려서 고생한 적이 있다. 그러니 약보다는 휴식과 영양으로 회복하는 걸 우선시하자. 대신 근육통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마사지나 아로마 테라피를 시도해 볼 수 있다. 나는 라벤더 오일을 희석해서 종아리에 발라주면 통증이 덜하고 잠도 잘 온다.
마지막으로, 마라톤 대회를 준비하는 단계에서부터 회복을 염두에 두는 게 중요하다. 평소에 근력 운동을 병행하면 근육 손상이 덜하고, 영양 상태를 잘 관리하면 회복 속도가 빨라진다. 특히 철분과 비타민 C 섭취를 신경 쓰면 피로 회복에 도움이 된다. 나는 대회 2주 전부터는 종합 비타민제를 챙겨 먹는다. 또한 대회 전날 충분한 수분 섭취와 탄수화물 로딩도 중요하다. 나는 대회 전날 저녁에 파스타를 먹고, 물을 2리터 이상 마신다. 이렇게 하면 다음 날 근육 경련이나 탈수를 예방할 수 있다.
한 가지 더 이야기하자면, 완주 후의 쇠약함은 단순히 신체적인 문제만이 아니다. 마라톤은 정신적으로도 큰 도전이기 때문에, 완주 후에는 감정의 기복이 생기기도 한다. 어떤 사람들은 극심한 허탈감에 빠지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엄청난 자신감에 차기도 한다. 나는 이런 감정을 ‘마라톤 블루스’라고 부르는데, 이는 완전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자신의 성취를 인정하고, 다음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다. 나는 완주 후 일주일 안에 다음 대회를 예약하거나 새로운 훈련 계획을 세운다. 그러면 다시 동기부여가 생긴다.
완주 후의 쇠약함은 피할 수 없는 과정이지만, 현명하게 대처하면 그 고통을 반으로 줄일 수 있다. 다음 대회를 준비하는 모든 러너들에게 작게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나도 이 노하우를 바탕으로 풀코스 마라톤에 도전할 계획이다. 완주 후의 그 특별한 쇠약함을 다시 느끼고 싶다. 이번에는 더 잘 대처할 자신이 있다.